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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허풍담] 이 허풍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_물곰 2023. 7. 1.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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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있으라고?

로이빅이 매트리스에서 벌떡 일어났다.

- 이건 듣던 중 최악이군! 난 말할 틈도 없었는데 떠나겠다고? 이게 무슨 예의야? 너를 일주일 내내 재워 주고, 네가 가져온 싸굴 독주도 마셔 주고, 빌어먹을 횡설수설을 꾹 참고 들어 주지 않았어? 이건 아니지, 헤르버트. 그렇게 쉽게 로스 만을 빠져나갈 순 없지. 이제는 네가 내 말을 들어야 해, 내 말을!

 

[북극 허풍담1, 요른 릴, 열린책들]

 

 

 

- 엠마

그가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조심스럽다 못해 용의 주도하게...

- 뭐라고?

빌리암이 놀란 눈으로 친구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 엠마, 라고 했어.

이번에는 한결 확신이 선 목소리로 매스 매슨이 말했다.

- 그게 뭔데?

- 엠마? 그녀를 제대로 묘사할 수 있을까?

매스 매슨은 모호한 눈길로 그을린 천장을 쳐다보았다.

- 그녀는 그냥 전부야, 아니 그 이상이야.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자지.

그는 벅찬 듯 한숨을 내쉬고 마음속에 엠마의 모습이 완전히 그려지길 기다렸다. 그런 다음 마음속에 보이는 대로 그녀를 설명했다.

- 엠마는 말이야, 그래, 사과 도넛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여자야. 엉덩이며 가슴이며 뺨이며 모든 게 그래. 오직 도넛으로만 말이야. 그렇게 달콤한 케이크 한가운데 파란 하늘빛 눈과 빨간 입술이 있고...

빌리암은 매스 매슨이 쳐다보는 그을음 자국을 향해 눈을 들었다. 그러고는 그토록 먹음직한 엠마를 상상하려고 애썼다.

- 엠마랑 사귀었구나..., 아는 걸 보니?

- 그래.

매스 매슨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 어쩌다 알게 되었지.

- 어디서 만난 거야?

매스 매슨은 눈을 찌푸린 채 엠마가 대답하길 기다렸다.

- 올보르에 사는 차가운 처녀였어.

그가 대답했다.

저 아랫동네에서 온 술병 라벨에서 본 것 말고는 가까이서 올보르를 본 적도 없었던 그는 대답하면서도 스스로 놀랐다.

 

[북극 허풍담1, <차가운 처녀>, 요른 릴, 열린책들]

 

그 후 엠마는 어떻게 되었나? 훌륭한 질문이다. 그런데 엠마는 실제로 어떤 사람이었나? 오래전부터 연안을 떠나지 않는 타락한 여자? 활기 넘치고 모험을 즐기는 여자? 아니면 그저 모두에게 좋은 일을 하고 싶어하는 순진한 처녀? 엠마는 이 모든 것이면서 그 이상이었다. 친히 이곳으로 오기 한참 전부터 그녀는 사냥꾼들 사이에 잘 알려졌으며, 고향인 올보르에서도 물론이고, 덴마크 전역에서, 거의 세계 곳곳에서 사랑받았다. 왜냐하면 엠마는 거의 모든 남자들의 마음속에 언제나 존재해 왔고, 지금도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극 허풍담2, <그 후 엠마는 어떻게 되었나>, 요른 릴, 열린책들]

 

 

 

흔히들 편지 말미에 덧붙이듯이, 이 이야기를 마무리 짓기 위해 봄 동안 사냥꾼들이 작은 교향악단과 유사한 뭔가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덧붙여야겠다. 비요르켄, 매스 매슨, 빌리암, 피오르두르, 로이빅, 밸프레드는 제각기 자신만의 악기를 만들었고, 두 달에 한 번씩 닥터와 모르텐슨의 집에 모여서 솔페주(음악의 기초 교육 중 악보 읽기, 악보 보고 노래 부르기, 청음 등의 능력을 키우는 교과 과정) 교육을 받고 연습을 했다. 

 

벨프레드만이 중간에 오케스트라를 떠났다. 그의 악기는 여덟 개의 병에 음계의 각 음에 맞춰 물을 채워 만든 것이었다. 밸프레드가 저녁 내내 온전한 음을 지키는데 어려움을 겪어서 닥터를 크게 좌절하게 만들었다. 원인을 찾아 그의 악기를 살펴보니 레와 파 음을 내는 병들이 순수한 물이 아니라 독주로 채워져 있었는데 밸프레드가 음게를 연습하면서 악기를 마셔 버리는 바람에 레는 반음 올린 파가 되었고, 반음 내린 미는 다시 라가 되었던 것이다. 밸프레드는 경고를 받았지만 이 파렴치한 행위가 계속되어 그를 내쫓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북극 허풍담3, <콘서트>, 요른 릴, 열린책들]

 

* 창비에서 진행하는 <라디오 책다방>의 소개로 읽게 된 책. 좋은 책들을 많이 알게 된다. (2013.1201) 

* 1권과 2권을 읽고 3권으로 접어들었다. 현재 3권까지 출간됐다. 전 10권이라는데 4권 이후의 출간은 독자의 요청에 달려있다며, 출간 압박 메일을 보내라고 한다. 언제쯤 출간이 될지... 출간 촉구 메일(sajangnim@openbooks.co.kr 이메일 주소도 재미있다!)을 보내고 3권을 계속 읽고 있다. (2014.0713)

* 그러나 좋지 않은 소식 : 판매량 저조로 후속권 출간이 어렵다고 한다. 책 홍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열린책들 이후 열림원에서 출간되었다.

번역가는 지연리

 

 

1권

남동풍 : 핌불의 사냥꾼들, 밸프레드와 안톤의 이야기. 발정난 사람 마냥 싱숭생숭한 안톤은 벨프레드의 조언에 따라 남동풍을 마주하며 달린다.

 

알렉산드레 : 헤르베르트는 수탉에 '알렉산드레'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키우기 시작한다. 빌리암은 헤르베르트의 장광설이 싫어 떠났는데, 수탉은 헤르베르트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다.

 

어느 상쾌한 아침에, 헤르베르트는 알렉산드레가 살이 찌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알렉산드레, 그렇게 침대에만 있으면 안돼!" 헤르베르트가 잔소리를 했다. "설마 돼지가 되고 싶은 건 아니지?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려면 움직여야 해!"

 

알렉산드레의 노래는 세 차례에 걸쳐 반복되었는데, 첫 번째는 힘이 빠진 소리였고, 두 번째는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그러나 세 번째는 종전의 소리와는 달리 확연히 맑고 우렁차서, 헤르베르트는 눈에 눈물이 고였다. 


순방 : 헤르베르트의 순방 이야기. 헤르베르트가 사람을 만나고 싶어 로스망네 있는 로이비크를 만나러 갔다가 호되게 당한다. 처음에 로이비크는 방문객을 반가워하지도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헤르베르트 혼자 일주일 간 떠들다가 돌아가려 하자 그때서야 로이비크가 입을 연다. 봇물 터지는 듯한 그의 말을 듣던 헤르베르트가 지쳐, 탈출하려는 마음으로 다른 기지인, 비요르켄보르로 같이 가자고 한다. 조금이라도 이 고통을 나누려는 속셈이었다. 그러나 비요르켄보르에 도착할 즈음, 로이비크도 이야기를 멈추었다. 둘 모두 사람과 같이 있는 것에 지쳤다. 더이상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걸 견딜 수 없던 둘은 기지를 앞두고 자신의 기지로 되돌아가기 시작한다.

 

시간이 흐르며 헤르베르트는 더 머물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이미 일곱 날과 일곱 밤을 떠든 뒤라서 몸두 지치고 목도 쉬었다. 8일째가 되는 날 아침에는 잠에서 깨며 더는 할 말이 없음을 깨달았다... 헤르베르트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챙겨 입고, 로이비크에게 나중에 다시 보자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뭐? 나중에 다시 보자고?"
로이비크가 매트리스에서 펄쩍 뛰어오르며 소리쳤다.
"완전 어이가 없네! 난 말 한마디 제대로 꺼내지 못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떠나겠다고? 이게 대체 무슨 경우지? 일주일간 재워주고, 독주도 같이 마셔주고, 횡성수설 늘어놓는 온갖 잡담을 꾹 참고 들어줬더니, 벌써 가겠다고? 헤르베르트, 이건 아니지. 로스만을 이렇게 쉽게 나가서는 안 되지. 이제 넌 내 얘기를 들어야만 해."

...
이어, 그는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를 회상했고, 그다음에는 동침한 여자들을 일일이 열거했다. 아직 살아 계시는 어머니에 관한 사랑과 수년간 함께 겨울을 난 얼간이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그런 다음에는 그가 왜 스스로를 벗 삼아 혼자 지내는지, 그런 생활이 또 얼마나 만족스러운지를 두고 일장 연설을 펼쳤다.
...
만약을 대비한다면서 창문으로 나가서는 안에서 문을 열 수 없게끔 밖에서 현관문에 자물쇠를 채우고 창문으로 들어왔다.
...
헤르베르트는 괴로웠다. 로이비크의 수다 앞에서 그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피로감을 느꼈다. 그는 다시 혼자가 되고 싶었지만 로이비크는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나를 여기에 혼자 두고 모당칠 생각일랑 하지마." 로이비크가 말했다. "자기 말만 실컷하고 가버리면 친구들이 뭐라고 하겠어? 내 안에는 아직 밖으로 나와야 할 얘기가 많아. 그리고 친구 애기를 게으름 피우며 대충 듣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야. 헤르베르트 넌 나쁜 친구가 아니잖아, 그렇지?"

 

역사 속으로 들어가다
문신 예술가
중위 길들이기
차가운 처녀
즐거운 장례식
절대 조건
오스카 왕

 

 

2014.0713. 펴냄

2015.0118. 더함

2023.0701. 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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