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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현기증. 감정들 - 제발트

_물곰 2016. 5. 2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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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G.제발트

별 생각없이 이 작가의 책을 집어 들었다. '배수아'의 번역이라 고른 것 같다. 처음에 실린 단편, <벨, 또는 사랑에 대한 기묘한 사실>을 읽었다. 이것은 소설인가? 스탕달에 대한 이야기였다. 짧은 이야기 안에서도 시간을 여러 차례 뒤섞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데, 다 읽고 나면 재밌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독특하고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벨은 몇 년 전 오래된 서류들을 뒤지다가 우연히 이브레아 풍경이라는 제목이 붙은 동판화와 마주치게 되었을 때 엄청난 실망감을 맛보았다고 썼다. 자신의 기억 속에 각인된, 저물어가는 저녁빛 속에 고즈넉이 잠긴 도시 이브레아의 풍경이 다름아닌 그 그림 속 도시 풍경과 판박이처럼 똑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벨은 여행지에서 본 아름다운 풍경들을 모사한 그림들을 사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런 그림들은 우리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지니고 있는 고유한 인상과 기억을 순식간에 장악해 버릴 뿐 아니라, 심지어 완전히 파괴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p.13)


해설 - 배수아

첫번째 이야기인 <벨, 또는 사랑에 대한 기묘한 사실>이라는 실로 기묘한 제목의 글은 우리에게 스탕달이란 필명으로 잘 알려졌으며 <사랑에 대하여>의 저자인 마리 앙리 벨의 이야기다. 그가 스탕달이란 필명을 갖게 된 연유는, 독일의 미술사가이자 고고학자인 요한 요아힘 빙켈만에 대한 존경의 표시인데, 빙켈만의 고향이 현재 독일 작센안할트 주의 동명 도시 '슈텐달stendal'이었던 것이다. 스탕달은 열여섯의 나이에 나폴레옹의 군대를 따라 알프스를 넘는 이탈리아 원정에 참가했으며, 그곳에서 그의 생애와 문학을 지배하게 될 사랑을 배웠고(그의 육체적 고통의 원천이 된 매독 또한 얻었으며), 이탈리아의 음악과 미술을 사랑하여 삶의 많은 시간을 이탈리아에서 보냈다. (p.249)



배수아가 번역한 안토니우 로부 안투네스 대심문관의 비망록이 읽고 싶다. 아, 그런데 우리 집에 있는 <현기증, 감정들>도 아직 다 읽지 않았네.


배수아가 번역한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 <불안의 글>도 읽고 싶다. 아, 그런데 우리 집에 있는 <프란츠 카프카 꿈>도 읽지 않았군. 김효정이 번역하고 까치에서 출간된 <불안의 책>도 읽는 중이고.


배수아가 번역한 책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천천히 천천히. 한 권씩, 한 권씩.




2015.0425. 펴냄

2016.0529. 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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