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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

_물곰 2016. 5. 15.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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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스 카잔차키스


톨스토이는 귀족 출신이었고 부유했으며, 놀랄 만큼 건강한 체질로 떡갈나무처럼 러시아 대지에 뿌리박고 있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프티 부르주아였다. 그는 평생 가난과 배고픔, 그리고 병마에 시달렸다. 그의 신경 체계는 영혼이 숨을 쉴 때마다 상처를 입었고, 그 영혼은 신경병에 걸린 대도시의 프롤레타리아 같았다.


톨스토이의 눈은 기가 막힐 정도로 명쾌하게 바깥 세계를 본다. 그는 놀라운 애정과 예민함으로 육체를 향유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육체를 혐오했다. 그에게 육체는 어둡고 악마적인 장애물이었다. 그는 단 한 번의 도약으로 인간 영혼의 심연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톨스토이의 내면은 차분한 논리가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는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아는 현실주의자였다. 그는 윤리적 탐색을 위한 자신의 방법과 자신의 삶은 물론, 자신의 예술 위에 논리 정연한 건축물을 짓고자 심혈을 기울였다. 톨스토이에게 삶이란 그가 논리로 풀어내고자 했던 하나의 문제였다.


반면에 도스토예프시키의 내면은 어두운 가슴, 불가사의한 동요와 혼돈이 지배하고 있었다. 그는 괴로워하는 몽상가였다. 그의 작품은 무질서하고 고르지 않다. 그의 내면적 삶은 번갯불이요, 외면적 삶은 암흑이었다. 도스토예프스키에게 인간의 삶과 영혼이란 무시무시한 수수께끼, 논리로는 도저히 풀지 못할 수수께끼로 가득 찬 암울한 여행이었다. 오직 가슴만이 사랑을 통해 그것을 감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 <러시아 기행>, 오숙은 옮김, 열린책들




고슴도치와 여우


* 작가를 고슴도치와 여우로 나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지나치게 둔순하고 인위적이며 현학적이며 극도로 불합리한 분류법이지만, 그런데도...


인간은 크게 두 유형으로 나뉜다. 첫 번째 유형은 이해하고 생각하고 느낄 때 단 하나로 된 중심적 비전, 대체로 일관되고 논리 정연한 단일체계, 오직 자기의 입장과 주장만이 중요하고 유일하며 보편적인 어떤 조직 원칙에 모든 것을 수렴시키는 사람이다.


두 번째 유형은 서로 무관하기 일쑤고 심지어 모순적이기까지 하며, 설령 연관이 있다고 해도 일관된 도덕적, 심미적 원리로 서로 접합되는 게 아니라 어떤 사실적 측면에서만, 즉 심리적이거나 생리적 이유로만 연결될 뿐인 다양한 목표를 추구하는 자들이다.


이 둘 사이에는 깊은 틈새가 벌어져 있다. 이 중 두 번째 유형의 인물은 구심적이라기보다 원심적인 성향에 따라 살고 행동하고 사유한다. 그들의 사유는 분산적이며 여러 수준에서 작동한다. 그들은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으로, 어떤 불편하고 포괄적이며 때로는 자기 모순적이고 불완전하며 또 때로는 광적인, 통일적인 하나의 내적 비전에 자기 생각을 억지로 꿰맞추거나 그런 비전을 통해 제거하지 않고 자신의 존재와 관련된 폭넓은 체험과 다양한 현상의 본질을 포착하려 애쓴다. 


첫 번째 유형의 지식인과 예술가가 고슴도치에 해당한다면 두 번째 유형은 여우에 속한다. 이 같은 구분이 정밀하지 않으며 모순이 없지는 않지만, 어쨌든 그렇게 봤을 때 단테가 첫 번째 유형에 속하는 반면 셰익스피어는 두 번째 유형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플라톤, 루크레티우스, 파스칼, 헤겔, 도스토옙스키, 니체, 입센, 프루스트는 고슴도치 유형이다. 헤로도토스, 아리스토텔레스, 몽테뉴, 에라스무스, 몰리에르, 괴테, 푸시킨, 발자크, 조이스는 모두 여우 유형이다.


이사야 벌린, <러시아 사상가>, 조준래 옮김, 생각의 나무




도스또예프스끼에 쏟아진 찬사들


도스또예프스끼는 내가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었던 단 한 사람의 심리학자였다. 그는 내 생애에서 가장 아름다운 행운 가운데 하나이다. - 프리드리히 니체


그는 러시아가 낳은 악마적인 천재였다. - 막심 고리끼


도스또예프스끼를 낳았다는 것만으로도 러시아 민족의 존재는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다. - 니꼴라이 베르쟈예프


도스또예프스끼는 육체와 영혼의 고귀함보다는 불행과 악덕, 욕정과 범죄에 기독교적인 공감을 보인 작가였다. - 토마스 만


도스또예프스끼는 사실상 신을 창조해야만 했다. 그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 헨리 밀러


도스또예프스끼는 세계 문학사의 위대한 기독교 작가들은 단테, 세르반테스, 밀턴, 파스칼의 옆자리를 차지한다. 단테처럼, 그는 인간 지옥의 모든 계(界)를 통과한다. 그런데 이 지옥은 "신곡"의 중세적 지옥보다 더 끔찍하다. - 꼰스단찐 모출스끼


도스또예프스끼는 어느 과학자보다도, 위대한 가우스보다도 많은 것을 내게 주었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그는 셰익스피어에 버금가는 자리를 차지한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은 지금까지 씌어진 가장 장엄한 소설이고 대심문관의 이야기는 세계 문학사의 압권이다. - 지그문트 프로이트




슈테판 츠바이크가 본 도스토예프스키


1시간쯤 떨어진 나움베르크에 어쩌면 그를 유일하게 이해할 수 있었을지 모르는 프리드리히 니체가 살고 있었다. 바그너, 헵벨, 플로베르, 고트프리트 켈러 등 그의 동시대 예술가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도 일들을 몰랐고, 이들도 그에 관해 아는 바 없었다. 그는 위험스런 큰 짐승처럼 낡고 해진 의복을 걸치고, 일하던 동굴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꺼리며 거리로 살그머니 기어 나온다. 드레스덴에서든 제노바에서든 파리에서든 그는 늘 같은 길을 다녔다. 그가 카페나 클럽에 자주 들른 것은 오로지 러시아 신문을 읽어보려는 의도에서였다.



슈테판 츠바이크, <도스토옙스키를 쓰다>, 원당희 옮김, 세창미디어




도스토예프스키가 본 안나 카레니나


예술 작품으로서 안나 카레니나는 완전무결하다.



2016.0515. 펴냄

2016.0809. 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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