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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시인선 032
박준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미신
올해는 삼재였다
밥을 먹을 때마다
혀를 깨물었다
나는 학생도 그만하고
어려지는, 어려지는 애인을 만나
잔디밭에서 신을 벗고 놀았다
두 다리를 뻗어
발과 발을 맞대본 사이는
서로의 임종을
지키지 못하게 된다는 말을
어린 애인에게 들었다
나는 빈 가위질을 하면
운이 안 좋다 하거나
새 가구를 들여놓을 때도
뒤편에 王 자를 적어놓아야
한다는 것들을 말해주었다
클로버를 찾는
애인의 작은 손이
바빠지고 있었다
나는 애인의 손바닥,
애정선 어딘가 걸쳐 있는
희끄무레한 잔금처럼 누워
아직 뜨지 않은 칠월 하늘의
점성술 같은 것들을
생각해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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