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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금정연, 김중혁의 탐방서점

_물곰 2019. 7. 1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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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서점은 금정연과 김중혁 두 작가가 동네 서점을 인터뷰한 내용을 엮은 책이다. 대상 서점은 8군데.
유어마인드, 고요서사, 책방 만일, B-PLATFORM, 일단멈춤, 한강문고, 땡스북스, 햋빛서점

서점으로 먹고 살 수 있나?

서점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가장 궁금한 것 가운데 하나다. 먹고 살 수 있으면, 한 번 해볼만 하지 않을까? 꽤나 이름이 널리 알려진 서점들, 그들은 어떠한가.

유어마인드

이로 다른 서점 운영자들도 거의 비슷하던데, 부가 활동이 없으면 또이또이가 어렵습니다. 원고를 쓴다든지, 기획 일을 한다든지, 다른 큰 파이의 일들을 동시에 하면서 손익을 맞추고 있어요.

유어마인드는 우리나라 1세대 독립출판서점이라 불린다. 2009년 이로와 모모미가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해, 2010년 홍대 앞 산울림소극장 근처 뷰빌딩 5층에 서점을 두었다가 연희동으로 이전했다. 주말에 가보면 손님이 꽤 많이 찾아오는데도, 운영이 넉넉하지는 않은 듯하다. 서점 영업 외에 다른 일을 해야 한다고 한다.

고요서사

차경희 이제 6개월이 됐는데, 이때쯤엔 좀 다른 대답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여전히 똑같은 답이네요. 인건비는 안 나오고요, 책값, 월세, 공간 운영하는 다른 기타 비용까지는 나와요. 아마 서점이라는 게 그렇게 큰 비용이 들어가는 사업은 아니니까 가능한 것 같습니다. 저의 생활비는 외주 교정을 할 때도 있고, 이런 식으로 행사를 하거나, 어디 기고하거나, 그런 식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고요서사는 해방촌 언덕에 자리잡은 문학 중심 서점이다. 2015년 10월에 문을 열었다. 고요서사의 주인, 차경희는 출판 편집자로 약 8년 동안 일했다고 한다. 사회과학과 에세이 분야의 책을 편집했다고 한다.

책방만일

이승주 이런 질문을 손님들한테도 많이 받았고, 운영을 준비하는 분들한테도 많이 받았는데, 지금 기대치보다 훨씬 많이 팔리고 있는 거잖아요? 그랬을 때 겨우 월세와 기타 경비 정도가 충당돼요. 근데 그것도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여기 있는 책들이 굉장히 많이 밖으로 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는 있지만, 지금 팔리고 있는 책의 세 배가 팔린다고 해도, 세 배 정도를 팔면 생활을 아주 축소시킨 상태에서의 인건비가 나올 것 같아요.

책방만일은 마포구 망원동에서 2014년 8월 2일에 문을 열었다. 운영자 이승주는 연극을 했고, 연극 잡지에서 일하다가 문학을 공부했고, 책 축제 홍보팀과 잡지사에서 일했다. 추가로 찾아보고 알게 되었는데, 아쉽게도 2018년 4월 문을 닫았다.

서점으로 먹고 살 수 있나?

서점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가장 궁금한 것 가운데 하나다. 먹고 살 수 있으면, 한 번 해볼만 하지 않을까? 꽤나 이름이 널리 알려진 서점들, 그들은 어떠한가. 지난 글에 이어 계속 살펴보자.

일단멈춤

김중혁 그와 연결된 질문으로 수익은 한 달에 백만 원 정도라고 돼 있더라고요. 이 수익이라는 게 일단 판매액이 아니라 순수익을 말하는 건지, 대략 수익을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송은정 독립출판물은 대부분 위탁 형식으로 판매가 되기 때문에 매달 말일에 정산을 해드려요. 그러면 그중에 70%를 뗀 것이 수익이 되는 거죠. 그게 보통 백만 원이 안 되고요. 나머지 수익은 책방에서 하는 워크숍들, 책 만들기 수업이나 인디자인, 일러스트레이터 수업, 그런 수업의 강의료에서 얻는데 그걸 전부 합치면 백만 원 정도 되겠네요.

일단멈춘은 마포구 염리동에 2014년 11월 문을 연 서점인데, 여행을 주제로 한다. 송은정은 방송 작가와 출판 편집자, 잡지사 에디터를 거쳐 책방 주인이 되었다. '탐방서점' 인터뷰가 있고 얼마되지 않은 2016년 8월 문을 닫았다. 서점 주인은 작가가 되어, 2018년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라는 책을 출간하였다.

여기엔 보다 구체적인 금액이 나온다. 주 6일, 9시간 이상 근무. 매출에서 지출을 뺀 수익 "60~80만원" 최저임금도 되지 않는 적은 금액이다. 실망스럽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햇빛서점

금정연 아까 손님이 몇 분이나 오는지 물어봤는데, 매출이 어떻게 되나요?
박철희 월세 정도? 월세 정도는 나오는 것 같습니다.
금정연 생활비는 디자인 일이나 조교 일에서 충당하는 거군요.
박철희 여기는 제 밑 빠진 독 같은 취미라고 보시면 됩니다. (웃음)

햇빛서점은 그래픽 디자니어인 박철희 씨가 연 서점으로 2015년 9월 용산구 우사단로에 문을 열었다. LGBT 전문 서점이고, 실질적으로는 게이를 위한 서점이라고 한다.

서점을 생각한다면 서점의 수익 구조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 문 연 사람들을 비롯해 서점 주인 대부분은 이러한 수익 구조를 알면서도 열었다.

알라딘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 들어가면 익숙한 이름이 있다.
MD 박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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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소개하는 사람이다. 예전에는 인문 MD였나 본데, 지금은 과학 MD 이다. 2006년 후마니타스 출판사에서 근무하다, 2010년부터 알라딘에서 일한다고 하니 10년 가까이 되었다. 박태근 씨 이전에는 금정연 씨가 MD를 맡았다.

예전에 팟캐스트 '뫼비우스의 띠지'를 듣곤 했는데, 진행자였던 '바갈라딘'이 박태근씨였다. 그때는 박태근 씨를 알지 못했고, 이후 박태근 씨를 보고는 '바갈라딘'을 생각하지 못했다.

<탐방 서점>에서 '한강문고'를 인터뷰 하는 중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온라인 서점에 관한 이야기.

최낙범 2008년부터는 인터넷 서점이 급성장하고 정점을 찍으면서 할인 판매에 들어갔거든요. 2008-11년까지 할인을 하는데, 이미 과당경쟁 체제로 들어간 거죠. 저희 같은 서점들은 문 닫을 때만 기다리는 신세였고, 그러다가 도서정가제가 이뤄지게 된 거죠.

도서정가제가 욕을 많이 먹긴 하지만, 동네 서점들을 살리고, 지금처럼 늘어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 책은 박태근 씨 이전 알라딘 MD였던 금정연 씨와의 인터뷰인데, 이런 말도 했다.

최낙범 (금정연을 보며) 알라딘이 인문을 참 잘 팔아요, 박태근 씨도 잘 팔고, 이분도 잘 팔았지?

금정연 씨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다. 문학과지성사 사이트에 있는 소개 글을 가져왔다.

금정연 : 서평가. 1981년 서울에서 태어나 한양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지은 책으로 『서서비행』 『난폭한 독서』 등이 있다. 후장사실주의자, 문학과사회 편집동인

금정연 씨도, 박태근 씨도 1981년 생이다.

알라딘 중고서점

금정연 최근 인터넷 서점에서 운영하는 중고 서점이 많이 있잖아요. 특히 알라딘이 공격적으로 내고 근처 합정에도 하나 생겼는데 그런 것의 영향은 없나요?
장수련 불광문고 근처 연신내에도 하나 생겼거든요. 800미터 정도 떨어진 데 있는데, 저희 매장에서 참고서는 사요. 근데 나머지 책은 거기서 사면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죠.
최낙범 알라딘 중고 서점에 대해서 얘기를 좀 하자면, 알라딘 중고 서점이 옆에 붙으면 보통 20% 정도 매출이 줄어요. 단, 단행본 쪽만. 근데 전문용어로 '앙꼬가 빠진다'고 해요. (중고 서점에서) 좋은 책이 좀 빠지고 나면, 다시 원상 복구돼요. 지금 그걸 경험한 데가 신촌 홍익문고입니다.
금정연, 김중혁, <탐방서점>

홍익문고는 1957년 개업했으니, 60년이 넘었다. 서울에서 영업하는 서점 가운데 가장 오래된 서점이다(1). 매출이 가장 높을 때보다는 20퍼센트 정도 매출이 줄었다고 한다.

도서 정가제

최낙범 정가제 만들 때 제가 중형 서점 대표로 나가 있었어요... 사실 정가제는 중소형 서점을 위해서 만든 것 같지만, 안 그래요. 출판 자본을 위해서 만든 거예요, 너무 망할 것 같으니까. 어쨌든 굉장히 어렵게 합의를 봤어요. 원래는 10% 완전 정가제로 갔어야 했는데, 그 협상이라는 게 아름다운 게 아니에요. 폭력이 점잖게 이루어지는 게 협상인 거죠. 내부에선 막 폭력이 이루어지는 거죠. 자기 욕심이 막 분출돼서 나오다가 적당한 선에서 같이 공멸은 면하자고 한 게, 10% 할인에 5% 마일리지였습니다. 정가제 전에 일반적인 할인율이 40~50% 됐잖아요. 그때 우리 서점에 손님들이 와서 5권을 보면 1권 정도 사 가요. 그것도 굉장히 양심적인 고객인 거죠. 다 사진만 찍어 가서 인터넷으로 50% 할인받아서 사요. 그래서 우린 주저앉을 대로 주저앉았어요. 작년 매출은 괜찮았어. 왜냐하면 5권 중 1권 살까 말까 했던 고객들이 2권을 사는 거야. 그래서 작년에는 매출이 늘었어요... 지금은 전반적으로 정가제 이후 대자본만 좋아진 거죠, 마진이 높아졌으니까.

도서 정가제가 시행된 이해 온라인 서점의 이익이 많이 올라갔다. 90% 가격으로만 판매하니까, 이익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도서 정가제 때문에 독립출판서점을 비롯한 다양한 서점들이 많아졌다.

이들 서점은 할인이 없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지역 문화의 거점 역할을 하며, 사람들이 가격이 조금 더 싸긴 하지만, 10% 정도 할인은 포기하더라도 이들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앞서 살펴 보았듯이, 잘 팔려봐야 월세와 고정비를 내는 정도 수준이다. 인건비도 벌기 힘들다.

서점에서 음료를 팔면 불법이다

그러나 카페에서 책을 팔면 불법이 아니다. 현행 법률이 그렇다.

이기섭 제가 처음에 사업자 신고를 하러 마포구청에 갔어요. 업종을 정할 때 당연히 도서판매, 그리고 커피를 팔 거라고 했더니 담당자가 깜짝 놀라면서 공간이 구분돼 있냐고 묻더군요. 한 공간에서 커피도 팔고 책도 팔 거라고 했더니 안 된대요, 불법이라는 거예요.
그런데 이런 게 있어요. 서점에서 술을 팔고 서점에서 커피를 팔잖아요. 하지만 서점으로 허가를 내고 커피를 팔 수가 없는 거죠. 그래서 땡스북스도 업종이 일반음식점으로 돼 있어요.

서점에서 음료를 팔려면 공간을 구분해야 한다. 대형 서점은 그렇게 구분이 되어 있다.

 

서점은 면세사업

서점은 면세사업이다. 서적은 부가가치세를 면세해준다. 서점 안에서 판매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잡지나 문구류와 같은 것들은 면세가 되지 않는다. 오직 서적만 판매한다면 면세사업자로 등록이 가능하지만, 다른 상품들과 같이 판매하기 위해서는 면세사업자가 아니라, 일반과세자나 간이과세자로 신청해야 한다.

 

책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기 위해서는 통신판매업 신고를 해야 한다. 6개월 간 거래 회수가 20회 미만이거나 1,200만원을 넘지 않으면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넘을 것 같으면 즉시 신고를 해야 한다.

 


 

그동안 동네 서점에 대해 여러 글을 썼다. 동네 서점에 대해 관심이 생기고 찾아 가고 싶은 사람들이 다음의 사이트를 참고하면 좋다.

동네서점

https://www.bookshopma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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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서점 스크린샷

 

어나더북스

어나더북스라는 사이트도 있다.
http://www.anotherbook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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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북스 스크린샷

인터뷰 가운데 금정연 씨가 한 이야기가 깊이 와 닿았다.

금정연 얼마 전에 어떤 분을 만났는데, 내가 같은 물건을 사도 돈을 어디서 쓰는지에 대한 나의 의식적인 선택이, 내가 무엇을 지지하고 내 삶을 어떻게 꾸리느냐에 대한 하나의 실천이라고 말하더군요. 저는 여전히 알라딘에서 많이 사는 편인데, 반성이 됩니다.

종종 어떤 기업에 대해 불매 운동이 벌어지는 이유와 같은 맥락이다. 우리가 쓰는 돈이 싫어하는 기업에 들어가 기업이 생존하고, 성장하는데 쓰이는 게 싫기 때문에 불매 운동을 한다. 반대로 우리가 지지하는 곳이 있으면 그곳에서 돈을 쓰면 된다. 쉽지만 지키지 못할 때도 많다.

 

참고자료
(1) 홍익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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