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힐 듯한 그랜드 캐니언
나는 숨 막힐 듯한 애리조나의 그랜드캐니언에 다녀온지 이틀이 지나 이 글을 쓰고 있다. 많은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에게 그랜드캐니언은 성스러운 장소다. 하바수파이족에서 주니족까지 다양한 부족의 기원 신화가 있는 곳이고, 호피족의 망자들에게는 조용한 안식처다. 만일 종교를 선택하도록 강요당한다면 내가 선택하는 것은 이런 종류의 종교일 것이다. 그랜드캐니언은 종교에 위대함을 부여한다. 그에 비하면 아브라함의 종교 - 역사의 짓궂은 장난으로 여태 세계를 괴롭히고 있는, 쓸데없이 티격태격하는 세 종교 - 는 옹졸하기 짝이 없다.
리처드 도킨스의 <영혼이 숨쉬는 과학>
이 책에서 도킨스는 과학 책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말하고, 과학 책에 노벨문학상을 수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 생각에는 지금이야말로 노벨문학상을 과학자에게 수여할 적기다. 유감스럽게도 가장 가까운 선례는 적절치 않은 사례였다. 그건 바로 앙리 베르그송인데, 그는 진정한 과학자라기보다는 신비론자에 더 가까웠다... 하지만 진지하게 묻는데, 왜 진짜 과학자가 문학상을 받으면 안 되는가? 슬프게도 더 이상 우리 곁에 있지 않아 상을 받을 수는 없지만 천국에서 위대한 소설가, 역사가, 시인들과 함께 있을 칼 세이건의 작품이 노벨문학상감임을 누가 부정하겠는가? 로렌 아이슬리는 어떤가? 루이스 토머스는? 피터 메더워는? 스티븐 제이굴드, 제이콥 브로노우스키, 다아시 톰슨은?
우리가 거명하는 저자 개개인의 재능이 무엇이든, 과학은 위대한 문학 작품에 영감을 주는 것을 넘어, 그 자체로 최고의 작가들에게 가치 있는 주제가 아닐까? 그리고 과학을 그렇게 만드는 성질 - 위대한 시와 노벨상을 수상한 소설을 만드는 것과 똑같은 성질 - 이 무엇이든, 그것이야말로 '영혼'의 의미에 가장 근접한 것이 아닐까?
칼 세이건은 여러 책을 남겼는데, 그 중 한권의 책을 읽는다면, 가장 유명한 <코스모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로렌 아이슬리의 책은 [강]이라는 출판사에서 2005년 부터 2008년까지 3권(광대한 여행, 시간의 창공, 그 모든 낯선 시간들)을 출간했는데, 지금은 모두 절판이다. 피터 메더워는 <젊은 과학자에게>라는 책 한권이 2020년 번역되었다. 스티븐 제이굴드의 책은 <풀 하우스>를 비롯해 약 20권의 책이 번역되어 있는데, 절판된 책이 많다. 제이콥 브로노우스키는 <인간 등정의 발자취>를 비롯해 몇 권의 책이 번역되어 있다. 루이스 토머스와 다아시 톰슨의 책은 보이지 않는다(*번역된 책이 있으면 제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가운데 책 한권을 선택해 읽어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