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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말: 쪽팔린 건 바이든일까, 윤석열일까

_물곰 2022. 11. 9.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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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22일

윤 대통령은 박진 외무장관에게 이렇게 말했다.

“의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이는 영어로 번역되어 CNN 메인에는 아래의 기사가 실렸다.

 

 

 

"It would be so embarrassing for Biden if those f***ers at the National Assembly 

don't approve this [bill]," he then appears to say.

 

새끼들은 f***ers(fuckers)로 번역했고, 쪽팔려서는 so embarrassing으로 순화된 느낌으로 번역했다.

 

대통령실 김은혜 홍보수석은 22일 뉴욕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통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이 아니라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이라고 해명했다. '이새끼들은 우리 국회냐'는 질문에 "미국 의회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답했고 '한국 의회냐'는 질문에 "예 미국 의회가 아니니까요"라고 말했다.

 

“의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가 아니라

"의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것이다. 

 

위 문장에서 이 새끼들은 미국 의회를 가리키는 것이고, 쪽팔린 것은 바이든을 말한다.

반면 아래 문장에서 이 새끼들은 한국 의회를 가리키고, 쪽팔리게 되는 것은 윤석열 본인을 말하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떤 의미로 말한 것일까?

그런데 어떤 의미이냐에 앞서 유엔 총회라는 중요한 외교적 자리에서, 게다가 사람이 가득 모여 있는 곳에서 그런 비속어를 써서 말해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편하게 이야기하는 것도 좋지만 때와 장소는 가려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김은혜의 해명으로 끝나지 않았다.

2022년 9월 26일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논란에 대해 “(한국) 야당을 지목한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대통령실 김은혜 홍보수석은 ‘국회에서 이 XX들이’는 미국 의회가 아니라 우리 국회 야당을 지칭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미국 국회'가 아니라 '한국 국회'를 말한 것이며, 딱 꼬집어 '한국 야당'을 지목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말한 것이다. '(한국) 국회'라고만 했지 '야당'이라고는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사태를 보고 있자니 권력자의 발언 실수와 이를 변명하기 위해 눈물겹게 분투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떠올라 예전에 쓴 글을 찾아 보았다. 

 


 

주어 경원

2007년 18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대선 막판에 MB가 BBK를 설립했다고 말하는 결정적인 동영상이 터져 나왔다.

당시 동영상에서는 이명박이 직접 "BBK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했습니다." 라고 발언하고 있다. 

이명박의 최대 위기였다. 한나라당은 긴장했다.

 

그때, 이명박 후보 편에 있던 나경원 의원이 이렇게 해명했다.

 

"내가"라는 주어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이명박 후보가 BBK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했다고 할 수 없다"

 

주어가 없다는, 황당한 주장이었다. 그 후 나경원은 "주어 경원"으로 불리웠다.

 

이명박은 2007년 대통령이 되었고, 대통령 퇴임 후 8년이 지나 

2020년 다스 회사 자금 횡령, BBK 주가조작 사건 혐의로 17년 징역형이 확정됐다.

다스 회사 자금을 횡령하고 BBK 주가조작 사건으로 막대한 금융피해를 다중에게 입혔으며,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이명박 전 대통령(MB)에게 17년의 징역형이 확정됐다. 

이명박은 애초 범죄 행위로 제때 수사가 이루어졌다면 대통령이 되기 전 징역형 확정으로 피선거권이 박탈되었을 인물이었다. 대통령 후보 자격 조차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된 데에는 판사 출신 나경원의 눈물나는 노력을 빼먹을 수 없다.

 


 

주어 동관의 탄생

4년이 지나, "주어 경원"을 뺨치는 사건이 일어났다.

사건의 발단은 이동관 청와대 언론 특보가 박지원 민주당 의원에게 보낸 문자였다.

 

박지원 의원이 공개한 문자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인간적으로 섭섭합니다

그정도밖에 안되는 인간인지 몰랐습니다

 

박지원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 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조사 과정에서 '로비스트 박태규 리스트' 혐의자로 이동관을 지적하자, 이동관이 박지원 의원에게 보낸 문자였다. 

 

이동관은 어떻게 해명했을까? "그정도밖에 안되는 인간인지 몰랐습니다"라는 문자의 의미는 

"(제가) 그정도밖에 안되는 인간인지 몰랐습니다"라고 해명했다.

 

주어 부분, '제가'가 빠졌다는 거였다.

"주어 경원"을 잇는 "주어 동관"의 탄생이었다. 

 

이명박 때의 언론 특보였던 이동관은 2022년 5월 윤석열의 대통령 특보가 되었다. 

 

이동관 특보는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대선에서 선대위 미디어소통특별위원장을 맡았고 인수위에선 특별고문을 맡았다. 그리고 현재 맡은 대통령특보는 ‘장관급’으로 대통령실 수석(차관급)보다 높다.

 

이동관이 윤석열의 대통령 특보가 되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참고로 현재 청와대 홍보수석 김은혜(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시절 대변인이었다) 역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2008년 2월 청와대 부대변인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고, 2009년 4월부터 2010년 7월까지 이명박 정부의 제2대변인을 역임하였다.

 


 

나는 맹자를 읽다가 주어가 빠졌다는 주장의 원형을 찾아냈다. 그 시초는 바로 맹자였다. 

 

심동이 개인적으로 맹자에게 "연나라를 쳐도 될까요?"라고 묻자 맹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쳐도 되오. 연나라 왕 '자쾌'는 다른사람에게 연나라를 넘겨줘서는 안되었고, 연나라 재상인 '자지'도 연나라를 자쾌에게서 받아서는 안되었소. 만약 여기에 한 관리가 있는데, 당신이 그를 좋아한다고 해서 왕에게 아뢰지도 않고 사사로이 당신의 봉록과 작위를 그에게 주고, 그 사람 역시 왕의 명령도 없이 사사로이 당신으로부터 그것을 받는다면, 그 일이 옳은 일이겠소? '자쾌'가 '자지'에게 사사로이 연나라를 넘겨 준 것이 어찌 이것과 다르겠소?"

 

제나라 사람이 연나라를 쳤다.

어떤 사람이 맹자에게 물었다.

"선생이 제나라에게 연나라를 치도록 권했다고 하는데, 그것이 사실입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아니다. 심동이 '연나라를 쳐도 되는지요?'라고 묻기에 내가 응수하기를 '됩니다'고 하자 그렇게 연나라를 친 것이다.

그가 만일 '누가 연나라를 칠 수 있습니까?'라고 물었다면 나는 '하늘의 뜻을 대신해서 다스리는 사람이라면 칠 수 있다'고 했을 것이다.

 

[맹자, 박경환 옮김]

 

제나라가 연나라를 친 다음, 연나라의 장로들을 죽이고 청년들을 포로로 끌고 왔으며, 재물을 약탈하고 종묘를 헐어버렸다. 

맹자는 제나라 대부인 심동의 물음에 연나라를 쳐도 된다고 했으므로, 침략 전쟁을 부추긴 꼴이 된 것이다. 

 

맹자는 자신을 변론하여, '연나라를 쳐도 된다'고 한 것이지, '제나라'가 쳐도 된다고 한 적은 없다고 하였다. 

 

맹자는 동양의 소피스트?

맹자를 읽을수록 맹자가 유가의 덕목을 갖춘 '성인군자'라기 보단, 언변이 뛰어난 변론가라는 느낌이 든다. 

 

 

2015.0111. 발행

2022.0923. 재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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