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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지라르와 희생양 이론

_물곰 2022. 10. 24.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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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지라르와 희생양 이론

 

프랑스의 문학평론가이자 사회인류학자인 르네 지라르의 희생양 이론

르네 지라르가 볼 때 욕망은 타고난 본능이나 충동이 아닙니다. 자연적인 욕구가 충족된 후에도 인간은 늘 뭔가를 강렬하게 욕망하는데 그 욕망은 자기 고유의 것이 아닙니다. 우리 욕망은 다른 사람(모델)의 욕망을 흉내낸 것입니다... 

 

모방욕망은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분짓는 결정적 요인입니다. 인간의 욕망이 모방적이지 않고 어린아이들이 주변사람을 모델로 선택하지 않는다면, 언어도 문화도 없을 테니까요... 

 

모방욕망은 전염병과 같아서 순식간에 사람들을 동일한 욕망으로 몰아넣습니다. 일단 동일한 욕망에 사로잡히고 나면 그 욕망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앞사람의 욕망을 따라 전진할 뿐입니다. 우리는 성공한 사람을 선망하면서 동시에 그를 미워합니다...

 

위기가 절정에 달해 모두가 견딜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만장일치의 폭력이 시작됩니다... 마녀사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우입니다... 만장일치적 폭력이 시작되면 공격자들은 희생자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듭니다... 르네 지라르는 이같은 엽기적인 폭력을 묘사하기 위해 '린치'(lynch)라는 영어 표현을 빌려옵니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흐르면 억울하게 죽은 희생자에 대한 신성한 종교적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이 시작됩니다. 한 개인을 의심하여 살해하고 추방한 사람들이 이제 그 억울한 개인에 대해 과도한 숭배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는 이제 신화화의 과정을 거쳐서 신적인 존재로 부활합니다. 이게 바로 서양의 여러 신화에서 시작되어 예수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희생양 메커니즘'입니다.

 

[욕망해도 괜찮아, 김두식]

 

 

평론가, 김현의 일기에서도 지라르에 대한 글이 보인다. 욕망 이론에 관한 내용이다.

 

1987.0319.

지라르의 욕망 이론은 지식인들에겐 일정한 매력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지식인들이야말로 책에서 읽은 대로 살려고 무의식적이건 의식적이건 애를 쓰고 있으며, 자기가 전범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 경쟁자로 변하는 것을 거의 매일 눈앞에서 확인하기 때문이다. 책에서 읽은 대로 살기가 어렵다는 것을 느낄 때마다 중개의 집요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으며, 스승이 어느날 갑자기 경쟁자로 등장하는 날의 절망과 아픔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지식인으로서는 그 두 체험이 다 같이 고통스러운 체험이며, 피하고 싶은 체험이지만, 그것을 피할 수는 없다. 제자로서 나는 스승을 모방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안 그러면 그에게 증오심을 느낄 테니까-스승으로서의 나는 제자들의 모방이 불가능한 곳에 가 있으려고 애를 쓴다-안 그러면 그에게 경쟁심을 느낄 테니까! 끔찍한 악순환이다. 그러나 그것이 지식 계층의 삶이다.

 

1987.0420.

지라르의 욕망 이론을 읽다가, 나는 그것과 헤겔의 욕망 이론과의 차이를 해명할 필요를 느끼게 되었고, 그래서 코제브의 <헤겔 철학 평설>을 다시 읽었는데, 거기서 나는 구멍의 이미지와 다시 만나게 되었다. 욕망의 이론도 하나의 구멍 이론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만일 욕망이 부재의 존재라면, 그것은 그러한 한 경험적 현실이 아니다. 그것은 자연적, 다시 말해 공간적 현재 속에 실증적 방식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반대로 공간 속의 하나의 빈틈, 하나의 구멍과도 같다.(368)

 

욕망이 부재의 현존이라는 것의 예를 코제브는 목마름으로 들고 있다. 물 마시고 싶다는 욕망은 물의 부재라는 것이다. 욕망은 공이며 무이다.

 

[행복한 책읽기, 김현, 문학과지성사]

 

 

도스토예프스키에 대한 평가

<도스토예프스키의 유럽 인상기>라는 절판된 책을 구해 읽었다. 역자는 이길주. 역자 해설에서 '르네 지라르'가 도스토예프스키를 평가한 내용을 읽었다. 

 

프랑스의 사상가 르네 지라르는 도스토예프스키를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인물로 평가하였다. 지라르에 의하면 그는 기존 소설의 틀을 깨뜨린 우상 파괴자이다. 그리고 우리가 감추는 데 익숙한 형이상학적 욕망을 드러내놓기 때문에 현대 프랑스 작가들보다 더 훌륭히 프랑스인들을 묘사했다고 한다. 실제로 라스콜리니코프, 이반 카라마조프와 같은 인물은 프랑스뿐만 아니라 한국의 매스컴 뉴스란에 끝없이 등장한다. 지라르는 말한다.

 

"1차대전 이후, 특히 2차대전 이후부터 중산층의 가치가 변질되고 있다. 서구 사회는 하루하루 도스토예프스키가 그의 걸작들에서 그린 세계와 비슷해져간다. <지하생활자의 수기>의 신랄한 맛과, 이 러시아 작가가 항상 비난해온 잔인성을 재현시키기 위해선 장소를 약간 바꾸어놓는 것으로 충분하다. 지하 생활자를 네프스키 거리에서 센 강변으로 옮겨보라."

 

<도스토예프스키의 유럽인상기> 중 이길주 역자 해설, 푸른숲

 

 

 

2014.0921. 펴냄

2015.0912. 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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