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의 사상을 제대로 알고 싶으면 다른 책부터 읽는 게 좋겠다. 예컨대 리처드 도킨스가 쓴 《이기적 유전자》, 스티브 존스의 《진화하는 진화론》, 마크 리틀리의 《HOW TO READ 다윈》같은 책이다. 《이기적 유전자》는 유전과학을 바탕으로 삼아 진화론을 재해석한 책이다. 여기서 도킨스는 생존경쟁과 자연선택이 집단이나 개체 차원이 아니라 유전자 차원에서 벌어지는 현상임을 논증했다. 《진화하는 진화론》은 유전과학 지식을 활용하여 《종의 기원》을 재집필한 책이다. 서론에서부터 마지막까지 존스는 자신의 문장과 다윈의 문장을 구별할 수 없게 섞어 놓았다. 리틀리는 《종의 기원》뿐만이 아니라 다윈이 만년에 집필한 《인간의 유래》와 《인간과 동물의 감정표현》에 이르기까지 다윈의 주요 저서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철학적 이론적 쟁점이 무엇인지를 자상하게 안내한다. 이런 책들을 다 읽고 나서, 관찰로 얻은 개별적 사실에서 일반적 명제를 끌어내는 논증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 《종의 기원》을 읽는 것이 좋겠다.
유시민, <청춘의 독서>
리처드 도킨스의 책 가운데 《이기적 유전자》은 두말할 나위 없이 뛰어난 책이지만, 진화론에 관해서라면 《눈먼 시계공》이라는 걸작이 있다. 유시민은 진화론에 관해 쓰인 다른 책들을 선행하여 읽고, 종의 기원을 읽으라고 한다. 물론 읽고 싶다. 그러나 섣부르게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2009.1201)
그 후 종의 기원을 읽으려 시도해 보았지만 다 읽지는 못했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이정모는 <종의 기원>을 읽는데 18년의 세월이 걸렸다고 고백한다. 게다가 수많은 생물학자들이 이 책을 읽지 않았다는 사실도.
간단한 정리와 달리 나는 제1장을 읽는 데 무척이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을 고백해야겠다. 비록 1989년에 <종의 기원>을 읽기 시작했지만, 그때는 1장을 읽다가 중간에 포기하고 말았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무수히 많은 품종 이름이 나오는데, 그 풍종이 어떤 놈인지 알 수 없으니 재미가 없었다...
교수님의 성화에도 불구하고, 나는 결국 그때도 제1장을 넘기지 못했다. 정말이지 제1장은 그 지루하다는 성서의 <민수기>와 <레위기>보다 읽기 힘들다...
나는 <나의 삶은 서서히 진화해왔다>와 <비글호 항해기>를 모두 읽은 다음에야 <종의 기원> 제1장을 마침내 끝낼 수 있었다. 제1장을 넘기니 일사천리로 읽을 수 있었다. 마침내 <종의 기원>을 다 읽은 게 2007년의 일이다. 1989년에 읽기 시작했으니 꼬박 18년이 걸린 셈이다. 맙소사! 비웃지 마시라. 아직 내 주변에는 <종의 기원>을 읽지 못한 생물학자들이 널려 있다. 대학 신입생에게 꼭 읽어야 할 고전으로 서슴없이 <종의 기원>을 추천하는 생물학과 교수 중에도 실제로 이 책을 읽은 사람은 열에 하나도 안 될 것이다.
이정모, <찰수 다윈 그래픽 평전> 중 '추천의 글', 푸른지식
스티븐 제이 굴드는 뉴욕에서 태어난 생물학자다. 그는 유작으로 <진화 이론의 구조The Structure of Evolutionary Theory>를 출간했는데, 우리나라에는 아직 번역되지 않았다. <종의 기원을 읽다>라는 책을 쓴 저자, 양자오는 <종의 기원>을 이해하기 위해 이 책을 읽을 것을 권한다.
굴드는 대중적인 교양과학 작가일 뿐 아니라 오랜 기간 하버드대학에서 교수를 역임한, 매우 성실하고 뛰어난 진화론자이다. 2002년에 그는 <내추럴 히스토리>에 '시작의 종결'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마지막으로 실으면서, 무려 25년간 칼럼을 기고한 이 잡지와 작별을 고했다. 그 시기에 그는 대작인 <진화 이론의 구조>를 출간했다. 이 책은 부록과 색인을 빼고도 무려 1,300쪽으로 구성되었으며, 일반 책꽂이에는 들어가지 않는 큰 판형에 글자도 아주 빽빽하다. 이 책에는 평생에 걸쳐 진화를 탐색한 그의 연구와 사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의 필생의 역작인 <진화 이론의 구조>는 상당히 알차다. 1장에서 먼저 자신이 어떻게 생물학을 연구하게 됐는지를 설명한 다음, 2장에서는 소책자 분량에 가까운 60~70쪽을 할애하여 다윈의 <종의 기원>에 주해를 달았다. 그 부분은 내가 지금까지 읽어 본 중에 최고의 단위 가이드이므로 한번 읽어 볼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양자오, <종의 기원을 읽다>, 류방승 옮김, 유유
2015.1205.
+ 2020년
종의 기원 번역서 가운데 추천하는 책은 장대익 교수가 번역해 사이언스북스에서 출간된 책이다.
주저 없이 고를 만하다.
+ 2022.0118.
장대익 교수의 번역본으로 꾸준히 읽고는 있으나 띄엄띄엄 읽고 있으며, 아직 절반을 넘기지 못했다.
+ 2022.0630.
다윈은 맬서스의 <인구론>을 읽다가 자연선택에 대한 영감을 떠올렸다고 한다.
다윈의 자서전을 보면, 1838년에 토머스 맬서스의 <인구론>을 '재미로' 읽다가 자연선택에 대한 영감이 떠올랐다고 한다. "이로써 드디어 나는 궁부해 볼만한 이론을 얻었다."
리처드 도킨스, <지상 최대의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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