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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 이야기, <바덴바덴에서의 여름>

_물곰 2016. 7. 18.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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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손택의 서문


20세기 후반의 문학은 설명이 많이 된 영역이어서, 집중적으로 탐구된 주요 언어권에 아직도 발견되길 기다리고 있는 걸작들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십여 년 전에 나는 우연히 <바덴바덴에서의 여름>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나는 그 책을 지난 한 세기의 소설과 범소설(para-fiction)들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뛰어나며 창조적인 성취를 이룬 작품에 포함시키고 싶다.


레오니드 치프킨, <바덴바덴에서의 여름> 중 '수전 손택의 서문', 이장욱 옮김, 민음사



어느 미술관?


도스토예프스키 부부는 드레스덴에 도착한 후 스위스 여자인 치머만 부인네 방을 빌린다. 도착 첫날 그들은 중앙 광장의 한 호텔에 여장을 풀고는 곧바로 화랑으로 향한다. 이어지는 글


모스크바에 있는 푸슈킨 박물관 앞에는 사람들이 기나긴 줄을 이루고 서 있었지만, 한 번에 여남은 명씩만 순서대로 입장하고 있었다. 그곳 어딘가 층과 층 사이의 작은 공간에는 <시스틴의 마돈나>가 걸려 있고, 그 아래에는 경찰관이 서 있었다. 이 박물관은 몇 년 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이중 방탄유리에 특별 조명을 받으며 전시되는 바로 그 박물관이다... 흔히들 하는 얘기에 영향을 받아서인지, 마돈나의 미소는 정말 수수께끼처럼 보였다.


레오니드 치프킨, <바덴바덴에서의 여름> 중 '수전 손택의 서문', 이장욱 옮김, 민음사


푸슈킨 박물관인지, 드레스덴 회화 미술관인지, 파리 루브르 박물관인지 알 수가 없다. 왜 여러 미술관이 섞여 있는 걸까?



시스틴의 마돈나


<시스틴의 마돈나>는 창문과 창문 사이의 벽에 걸려 있기 때문에 빛이 옆에서 흘러들었고, 그래서 흐린 날이면 연기에 얇게 덮여 있는 듯이 보였다. 마돈나는 구름 속을 헤어침고 있었다. 구름은 그녀의 하늘거리는 옷자락처럼 보이기도 했고, 다만 옷자락과 겹쳐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왼쪽 아래로는 손가락이 여섯 개인 사도가 순종하는 눈빛으로 마돈나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정말 여섯 개인지 확인해 보기 위해 나는 직접 그 손가락을 세어본 적도 있었다.


* 세어보면 오른손 손가락은 정말 여섯이다.



시스틴 마돈나, 라파엘로

드레스덴,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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