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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자본 & 21세기 자본

_물곰 2019. 10. 3.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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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가 말한 공산주의는 어떤 모습일까?

<자본>*은 자본주의를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있지만 막상 공산주의 혁명을 어떻게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해 해주는 이야기는 별로 많지 않다. 공산주의 사회가 어떤지에 대해서도 들을 이야기는 많지 않을 것이다. 
데이비드 하비, <맑스 자본 강의>

공산주의는… 인간과 자연 그리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충돌의 참된 해결이며, 실존과 본질, 대상화와 자기 확인, 자유와 필연성, 개체와 유 사이의 싸움의 진정한 해결이다. 이 공산주의는 역사의 해결된 수수께끼이며, 자신을 이러한 해결로서 알고 있다.
마르크스, <경제학-철학 수고>

마르크스가 한발 더 나아가 공산주의가 어떤 모습인지 자세히 설명하리라 기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는 그러지 않는다. 공산주의가 마르크스의 철학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함에도, 그는 자신의 저작 어디에서도 공산주의 사회가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개략적 의견 이상의 것을 제시하지 않는다. 
피터 싱어, <마르크스>

마르크스는 어떤 사회를 상상할 걸까? 
*Capital : 자본 또는 자본론으로 번역되었다.

 

 

자본의 개념틀

마르크스의 <자본>에 들어간 개념틀(conceptual framworks) 세가지는 1) 경제학, 2) 철학, 3) 공상적 사회주의라 할 수 있다. (데이비드 하비)


1. 경제학

- 특히 17세기에서 19세기 중반까지의 경제학
- 주로 영국 학자들 : 윌리엄 페티, 로크, 홉스, 흄, 애덤 스미스, 리카도, 맬서스, 제임스 스튜어트
- 프랑스 경제학자들 : 께네, 뛰르고, 씨스몽디, 쎄이
- 이탈리아, 미국 학자(캐리 등)


2. 철학적 사유와 연구

- 그리스 철학 : 에피쿠로스, 아리스토텔레스
- 독일 철학 : 스피노자, 라이프니츠, 헤겔, 칸트, 데카르트, 루소

3. 공상적(유토피아) 사회주의

- 1830~40년대 프랑스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난 유토피아 사상
- 쌩시몽, 푸리에, 바뵈프
- 마르크스는 이런 공상적 흐름과 거리를 두려고 했는데, 이는 1844년 파리 혁명이 실패한 원인 가운데 상당 부분이 이들에게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르크스는 <공산주의자 선언>에서 이에 대한 반대 뜻을 분명히 밝혔다.

참고문헌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

 


노동과 자본

물건의 가치는 어디에서 오는가? 마르크스는 노동에서 온다고 여겼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예를 든다. 영국에서 증기직기의 도입으로 일정량의 실을 천으로 만드는 시간이 절반으로 줄었다. 노동이 절반으로 준 것이다. 증기직기 도입으로 영국의 노동자는 같은 시간 동안 천을 2배 만들어 낼 수 있었고, 같은 양을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1/2로 줄어들었다.

천이라는 생산물의 가치는 이전 보다 1/2 노동시간을 필요로 하게 되므로 그 가치가 절반으로 떨어졌다.

마르크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와 같이 어떤 물건의 가치량을 결정하는 것은 오직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량, 즉 그것의 생산에 사회적으로 드는 노동시간이다... 따라서 동일한 노동량이 들어 있는 상품들, 동일한 노동시간에 생산할 수 있는 상품들은 동일한 가치량을 가진다. 

자본론1, 김수행 번역

마르크스는 오직 노동만을 고려하고, ‘자본’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생산은 노동과 자본의 합산이다. 증기직기가 없었더라면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절반으로 줄어들 수 없다. 그리고 증기직기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자본이 든다. 자본가는 노동자가 보유하지 못하는 생산설비를 설치하고, 노동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자본가에게 고용되어 노동력을 제공한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면, 마르크스는 오직 '노동'만을 가치의 원천으로 고려하고, '자본'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마르크스 평전을 쓴 피터 싱어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마르크스는 살아 있는 노동으로부터 잉여 가치를 뽑아내는 데서만 이윤이 발생하며 기계와 원재료 같은 그 밖의 자본 형태는 뽑아내는 잉여 가치의 양을 증가시킬 수는 있지만 이윤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명백한 잘못으로 보인다.

마르크스, 피터 싱어

피터 싱어의 말대로 '자본'을 고려하지 않고 '노동'만 고려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생산 수단이 로봇과 AI로 대체되어 인간의 노동이 더이상 필요 없는 산업이 생겨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자본가는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더라도 이윤을 창출해 낼 수 있다. 여기에서 노동은 인간이 아니라 자본에서 발생한다. 앞서 살펴본 증기직기 역시 자본의 산물이지만 인간의 노동의 도와 생산력을 증가시킨다. 인간의 노동력으로 얻을 수 있는 이상의 생산은 자본에서 발생하는 생산이다. 

마르크스는 잉여 가치가 오직 노동에서만 발생한다고 보았기 때문에 자본가가 얻는 이윤은 노동자를 착취하는 데서 온다고 여겼으며, 자본가가 노동자를 지속적으로 착취하는 것이 바로 자본주의의 문제이며, 공산주의 혁명이 발생할 거라 주장했지만, 마르크스의 논리는 잘못된 시작점에서 출발했다. 

21세기 자본을 쓴 토마 피케티는 자본주의의 문제를 다른 데서 찾았다. 잉여 가치는 자본 + 노동에서 발생하는데, 자본이 부를 창출하는 속도가 노동으로 부를 창출하는 속도를 앞서며,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는 양극화가 심화되는 방향, 즉 불평등이 커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데서 문제를 찾았다.

 

 

자본의 몫, 노동의 몫

오늘날 부의 원천은 자본과 노동이다. 자본과 노동을 통해 우리는 부를 얻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동을 중심으로 부를 얻는 반면, 소수의 사람은 자본을 통해 부를 얻는다.

피케티 <21세기 자본>에 나온 프랑스를 보면, 프랑스 국민 소득 가운데 자본이 차지하는 몫은 전쟁과 같은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그 비율은 15%~40%를 오갔다. 1982년에는 15%였고, 2010년에는 27%였다.

 


부가 자본과 노동에 어떻게 분배되는지는 나라마다 다르고, 시대마다 다르고, 산업 분야마다 다르다. 자본이 많이 들어가는 곳은 자본에 분배되는 양이 많은 편이다. 

피케티의 글을 보자.

 

자본이 차지하는 몫은 아주 클 수 있다. 많은 경우 종종 총생산량의 4분의 1에서 절반까지를, 이따금 광산업 같은 자본집약적 분야에서는 최대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도 한다. 

토마 피케티, <21세기 자본>



국민소득이란?

국민소득은 소득 종류에 상관없이 한 나라 국민이 1년 동안 벌어들이는 모든 소득의 총합이다.

GDP와는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나 조금 다른 개념이다.

GDP는 국내총생산으로, 한 나라 경계 안에서 생산되는 상품과 서비스를 금액으로 환산한 금액을 말한다. 국민소득은 GDP에서 자본의 소모분을 뺀다. 한 해에 소모되는 건물, 기반시설, 기계, 운송수단, 컴퓨터 및 기타 품목 등으로 구성되며, GDP의 약 10%를 차지한다. GDP에서 자본 소모를 빼면 국내순생산이 된다.

 

국내생산(국내산출, 국내순생산) = GDP - 자본 소모

일반적으로 국내순생산은 GDP의 90%를 차지한다.

국내생산 = GDP * 90%

다음으로 해외에서 벌어들인 순소득을 더해야 한다. 국내에서 생산되었으나 해외로 빠져나간 이윤과 임대료를 뺀다. 

국민소득 = GDP - 자본 소모 + 해외순소득(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 - 국내에서 유출된 소득)

이는 다음과 같은 형태로도 표현할 수 있다.

국민소득 = 국내생산 + 해외순소득
국민소득 = GDP * 90% + 해외순소득

국민소득은 국내생산과 차이가 크지 않다. 이는 해외순소득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과 국내에서 유출된 소득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의미다.

프랑스와 미국, 독일과 영국, 중국과 브라질, 일본과 이탈리아에서 국민소득은 국내생산과 단 1~2퍼센트 차이를 보인다. 

토마 피케티, <21세기 자본>

 

 

GDP 성장률

- 최선의 추정치로, 0~1700년 기간 동안 세계 GDP 성장률은 연평균 0.1%였다.
- 1700년~2012년까지 GDP 성장률은 연평균 1.6%였다. 이를 보다 세분화 해보면 1700년~1820년까지 연평균 0.5%, 1820년~1913년까지 연평균 1.5%, 1913년~2012년까지 3.0% 성장했다.
- GDP 성장률은 1) 인구 증가에 따른 성장과 2) 1인당 생산 증가에 따른 성장, 두 가지 요인이 있다.
- 0~1700년까지는 1인당 생산 증가는 거의 없는 반면, 인구 증가 요인이 컸다. 세계 인구는 0.06%, 1인당 생산은 0.02%에 따른 것이다.
- 1700년~2012년 사이 GDP 성장률 연평균 1.6%는 인구 증가율 0.8%, 1인당 생산 증가율 0.8% 기여했다.
- 1퍼센트의 성장은 작은 것 같지만, 결코 작지 않다.

인구와 1인당 생산 모두 한 해 1퍼센트씩 성장하는 것은, 1700년 이후 그래왔던 것처럼 아주 오랜 기간 지속된다면 굉장히 빠른 성장이다. 특히 산업혁명 이전 수백 년 동안은 성장률이 사실상 제로 수준이나 다름 없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21세기 자본

 

 

오만과 편견

오노레 드 발자크와 제인 오스틴이 그들의 소설을 쓰던 19세기 초에 부의 속성은 당시 모든 독자에게 비교적 명백했다. 당시 재산은 지대, 즉 자산 소유주의 확실하고도 정기적인 소득을 얻기 위한 것으로 여겨졌는데, 보통 토지나 국채 형태를 띠었다. 고리오 영감은 국채를 소유했고, 라스티냐크는 작은 영지, 즉 토지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성과 감성>이라는 소설에서 존 대시우드가 상속받은 놀랜드 역시 드넓은 농경지였다.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의붓자매인 엘리너와 마리안을 그의 영지에서 쫓아내는데, 두 자매는 아버지가 념겨준 적은 금액의 국채 이자에만 전적으로 의지해 생활해야 하는 처지였다. 19세기 고전 작품들에서 재산은 어디서나 빠짐없이 등장하는데, 자본의 크기나 소유주에 관계없이 주로 이 두 가지, 즉 토지나 국채 형태로 존재했다. 

토마 피케티, <21세기 자본>

제인 오스틴이 쓴 <오만과 편견>에는 재산에 관한 내용이 많이 나온다. 소설의 첫 구절은 이렇다.

재산깨나 있는 독신 남자에게 아내가 꼭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

남자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은 그의 재산이다. 빙리 씨가 오는 소문이 퍼지자 베넷 부인이 그녀의 남편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유! 여보, 미혼이에요, 아무렴요! 갑부 총각이라고요. 연 수입이 4, 5천은 된대요. 우리 애들한테 얼마나 잘 된 일이에요!
빙리 씨는 부친에게서 거의 10만 파운드에 달하는 재산을 물려받았는데, 부친은 원래 시골에 토지가 딸린 큰 저택을 구입할 작정이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이 책에 남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디아시는 더 잘생기고, 더 부자다. (그러나 곧 성격에 결함이 있는 걸로 나온다)

그의 친구인 디아시 씨는 멋지고 훨칠한 몸매와, 잘생긴 이목구비, 고상한 태도로 금방 방 안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다. 그가 돌아온 지 5분이 지나지 않아 그의 연 수입이 만 파운드나 된다는 말이 온 방 안에 퍼졌다.

반면 디아시와 사랑에 빠지는 엘리자베스가 있는 베넷 가의 형편은 다음과 같다. 

베넷 씨의 재산은 연 수입 2천 파운드의 토지가 거의 전부였는데, 딸들에게는 안됐지만 아들이 없는 탓에 남자인 먼 친척이 한사 상속받도록 정해져 있었다.

재산이 많지도 않고, 그 재산마저 딸들에게 가지 않는다. 디아시와 엘리자베스는 재산 차이가 큰 집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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