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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 황현산

_물곰 2020. 4. 2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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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산 선생이 쓴 <밤이 선생이다>이라는 책 제목을 어떻게 활용하나 하니, 그가 남긴 트윗에 이런 문장이 있었다.

2014년 11월 17일 오전 1:45

글 한 꼭지를 끝냈다. 제목을 뭐라고 붙이나. 자고 나면 생각이 나겠지. 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선생의 트윗을 보다 보면 동시대 작가에 대한 평을 많이 접하게 된다. 고종석도 이런 저런 평가가 많은 인물이기는 한데, 그의 글만 놓고 보자면.

 

 

황현상 선생은 이렇게 말한다.
2014년 11월 16일 오후 11:16

내가 고종석의 '문장'을 극찬하는 것이 마땅하나 괘씸해서 안 한다. 나는 내 책을 보내주었는데 저는 안 보내줬다.

그러하다.

 

 

트위터를 별로 하지 않아 황현산 선생의 트윗을 볼 일이 별로 없었는데, 팔로우 해서 읽어봤으면 좋았을 글들이 많다.

2014년 11월 25일 오후 11:00

이러다 유신 시대로 돌아가는 거 아니냐고 어느 젊은 문인이 말했다. 애들이 자라는 것을 보면, 한번 일어선 아이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 기지 않는다. 무릎이 자주 다치긴 하지만.

2014년 11월 26일 오전 12:38

기어가다 일어서는 아이 이야기를 할 때, 내가 생명의 이치를 빌려 낙관적으로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일어설 만큼 성장했다는 것은 무릎이 깨져도 두려워하지 않을 만큼 성장했다는 말도 된다.

 

 

황현산 선생이 구두점에 대하여 한 트윗.

글에 구두점을 많이 찍는 게 이롭다고 생각한다. 구두점을 잘 안 쓰는 데는 일본어의 영향도 있다고 보는데, 낱말들을 붙여 쓰는 일본어에서는 띄어쓰기로 구두점의 효과를 대신하는 것 같다. 구두점은 긴 문장을 명확하게 스는 데 도움을 준다.

한국어에는 구두점이 필요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구두점이 필요 없는 언어는 없다. 서양에서도 옛날에는 구두점을 찍지 않았다.

 

황현산 선생의 책을 읽다가 '이매'라는 말을 처음 만났다. 낯선 단어다. 서구에서 사용되는 요정과 비슷한 의미라 한다.

이매4 [魑魅]

산이나 내에 살면서 사람을 홀려 해친다는 도깨비. 얼굴은 사람 모양이고 몸은 짐승 모양으로 되어 있으며 네발을 가졌다고 한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환상 세계의 기초는 비슷한데, 서양 문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그걸 너무 벌려놓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동양에서 '이매'는 산과 숲과 냇물의 귀신인데 요정 같은 말보다 이매를 그대로 썼더라면 좋지 않을까. 물이매, 나무이매, 산이매 등.

 

남을 놀리는 것으로, 무시하는 것으로 웃음의 상황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 순간은 무척 재미있는지 모르지만, 놀림을 받고 무시를 당하는 사람의 기분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렇게 웃음을 주는 사람은 황현산 선생은 재치 부족이고 병이라 평한다. 주의할 대목이다.

남을 할퀴고 뒤통수치는 식으로 농담하는 사람들이 있다. 본인은 재치라고 생각하겠지만, 재치 부족이고 병이다. 내 선배 중에 재능이 출중한 사람이 있었지만 이 때문에 망했다. 인간관계가 악화되기 전에 그 나쁜 재치가 상상력을 가로막았다.

 

 

황현산 선생이 이윤기에 대해 트위터에서 짧게 평을 했다.

이윤기는 경북 산간 지방 말을 말의 원형으로 여겼고, 거기에 현대 소설의 문체를 섞어 자기 문체를 만들었다. 거의 독학으로 배운 외국어의 원서들을 그 문체 안에서 이해하려 했다. 그의 오역은 대개 거기서 생겨났다. 그것은 소설에서나 썼어야 할 문체였다.

그러나 독자들이 이윤기 번역을 좋아한 것은 그 문체 때문이었다. 그 문체는 외국책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줄 수 있었다. 옆에서 오류를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는 스타덤에 오른 다음부터 지적하는 사람을 옹졸하게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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