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3

내 맘대로 정하는 세계문학 번역 평가

내 마음대로 정하며 세계문학전집이 많이 출간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범우사 밖에 없어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지만, 요즘에는 민음사, 문학동네, 열린책들, 시공사 등 여러 곳에서 세계문학전집이 나오다보니, 책 한 권을 고르는데도 많이 고민하게 됩니다. 작가들의 작품을 원문으로 읽을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좋은 번역서를 고르는 게 좋으니까요. 2014년, 의 번역과 관련하여 번역 논쟁이 시끄러웠습니다. 어떤 번역이 좋은 번역이라고 단언적으로 말하기는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번역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고, 또 그 한계를 넘어선 창조의 영역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번역서의 순위를 정한다는 것이 불경한 일이 될지도 모르지만, 한 명의 독자로서 좋은 번역서를 고르고 싶은 욕망은 누그러뜨리기가 ..

Review/책Books 2021.01.09

미신 - 박준

문학동네시인선 032 박준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미신 올해는 삼재였다 밥을 먹을 때마다 혀를 깨물었다 나는 학생도 그만하고 어려지는, 어려지는 애인을 만나 잔디밭에서 신을 벗고 놀았다 두 다리를 뻗어 발과 발을 맞대본 사이는 서로의 임종을 지키지 못하게 된다는 말을 어린 애인에게 들었다 나는 빈 가위질을 하면 운이 안 좋다 하거나 새 가구를 들여놓을 때도 뒤편에 王 자를 적어놓아야 한다는 것들을 말해주었다 클로버를 찾는 애인의 작은 손이 바빠지고 있었다 나는 애인의 손바닥, 애정선 어딘가 걸쳐 있는 희끄무레한 잔금처럼 누워 아직 뜨지 않은 칠월 하늘의 점성술 같은 것들을 생각해보고 있었다

Review/책Books 2016.10.03

위대한 개츠비 - 피츠제럴드&김영하 번역

위대한 개츠비나는 개츠비를 좋아하지 않았다. 나는 고전으로 많은 명성을 얻고 있지만 읽고 내가 별로 감명을 느끼지 못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책은 좋아하지 않았다. 개츠비는 그런 책 가운데 하나였다. 그건 김영하가 역자의 말에 써 놓은 바로 고등학생의 심정과도 같았다. 시내의 대형서점에서 두 고등학생들이 나누는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 영미 번역소설 서가 근처에 있던 이들은 를 집어들고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사실, 대화라기보다는 욕에 가까웠다. 이거 읽어봤냐, 읽어봤다, 어땠냐, 너무 재미없더라는 얘기를 그 또래 특유의 거친 부사를 섞어(예를 들어 '졸라') 떠들고 있었다... 그런 비난은 터무니없다는 반감이 들었다. 는 미국인들이 즐겨 주장하는 것처럼, '지금까지 영어로 씌어진 최고의 소설'은 아닐지..

Review/책Books 2013.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