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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현기증. 감정들 - 제발트

W.G.제발트 별 생각없이 이 작가의 책을 집어 들었다. '배수아'의 번역이라 고른 것 같다. 처음에 실린 단편, 을 읽었다. 이것은 소설인가? 스탕달에 대한 이야기였다. 짧은 이야기 안에서도 시간을 여러 차례 뒤섞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데, 다 읽고 나면 재밌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독특하고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벨은 몇 년 전 오래된 서류들을 뒤지다가 우연히 이브레아 풍경이라는 제목이 붙은 동판화와 마주치게 되었을 때 엄청난 실망감을 맛보았다고 썼다. 자신의 기억 속에 각인된, 저물어가는 저녁빛 속에 고즈넉이 잠긴 도시 이브레아의 풍경이 다름아닌 그 그림 속 도시 풍경과 판박이처럼 똑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벨은 여행지에서 본 아름다운 풍경들을 모사한 그림들을 사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런 그림들은 우..

Review/책Books 2016.05.29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

니코스 카잔차키스 톨스토이는 귀족 출신이었고 부유했으며, 놀랄 만큼 건강한 체질로 떡갈나무처럼 러시아 대지에 뿌리박고 있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프티 부르주아였다. 그는 평생 가난과 배고픔, 그리고 병마에 시달렸다. 그의 신경 체계는 영혼이 숨을 쉴 때마다 상처를 입었고, 그 영혼은 신경병에 걸린 대도시의 프롤레타리아 같았다. 톨스토이의 눈은 기가 막힐 정도로 명쾌하게 바깥 세계를 본다. 그는 놀라운 애정과 예민함으로 육체를 향유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육체를 혐오했다. 그에게 육체는 어둡고 악마적인 장애물이었다. 그는 단 한 번의 도약으로 인간 영혼의 심연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톨스토이의 내면은 차분한 논리가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는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아는 현실주의자였다. 그는 윤리..

Review/책Books 2016.05.15

김승옥-스토리펀딩을 후원하다

우리나라에서 다른 작가도 아닌 '김승옥 작가'가 생활이 곤궁하다는 믿기 어려운 글을 읽었다.다음 스토리펀딩에 올라온 함성주 씨의 글을 읽고 후원을 결심했다. https://storyfunding.daum.net/project/4990 * 그림 한점을 구입했다.김승옥 작가의 형편이 어렵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가 전시회를 하고 그림을 판매한다면 사고 싶었을 것이다. ** 제가 전에 쓴 글에서 김승옥 작가가 인세를 받지 못한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합니다. 글을 읽고 출처를 찾다 김승옥 소설전집 4권, , '김승옥과의 만남' 내용을 제가 오해한 데서 비롯되었습니다.잘못된 정보를 전달해드려 죄송합니다. "왜 소설쓰기를 중단하셨습니까? 그것도 한참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셔야 할 시점에서."아마 모든 사람들이 궁금..

Review/책Books 2016.05.12

알함브라 궁전

스페인 남부 그라나다에 있는 알함브라 궁전은 그 정원 조성 형식의 바탕에 오아시스(샘물)에 대한 동경, 물의 낙원을 희구하는 정신이 엿보인다. 알함브라궁전은 스페인 각지에 남아 있는 이슬람 문화사적 가운데서도 물을 이용한 섬세한 아름다움을 가진 정원으로 유명한데, 건조지대에서 자란 이슬람 문화에게 물은 말 그대로 생명의 원천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알함브라궁전만이 아니라 물은 모든 민족, 모든 종교에서 신성한 것으로 다루어졌다. 물에 관한 문화만 추적해도 지역에 따른 정원 문화의 차이를 읽어 낼 수 있을 정도이다. 안도 다다오, , 안그라픽스

Review/책Books 2016.05.09

얼간이처럼 무식하고, 골수까지 촌놈인 작자, 발자크

플로베르는 발자크를 "얼간이처럼 무식하고, 골수까지 촌놈인 작자"라고 했다. (마담 보바리를 아직도 다 읽지 못했다. 대신 포지 시먼스의 '마담 보베리'는 다 읽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발자크를 "무겁게 늘어진 사지에 짧은 팔을 한 뚱뚱하고 야무진 몸집의 사내"라고 했다. (* 1875년 프라하에서 태어난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1902년 파리로 건너가 로댕의 비서로 일했다.) 2014.0608. 경기문화의 전당 피카소 전시회 - 오늘 피카소가 그린 발자크 그림 보셨어요?- 못 생겼더군요. 못 그렸거나.- 못 생겼어요. 사랑을 이루기 어려운 얼굴이죠. 플로베르한테 무시당하기도 하고요.- 거울이 없는 사람인가 보네요. 본인은 술주정뱅이 같은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 빚쟁이를 피해 항상 '뒷문으로' 도..

Review/책Books 2016.05.07

직선에 대하여

현대도시는 직선에 의지하여 유지되고 있다. 건물, 하수구, 배수구, 차도, 보도 등의 건설, 교통은 직선을 필요로 한다. 직선은 도시의 정신만큼이나 건전한 것이어야 한다. 곡선은 비용이 많이 들고 힘들며, 위험하다. 곡선이 교통을 마비시킨다. 직선은 인류의 모든 역사에, 인류의 모든 의도 속에, 인류의 모든 행위 안에 있다. 아메리카 대륙의 직선 도시를 찬미하면서 바라보는 용기를 가져야만 한다. 만약 탐미주의자가 여전히 금욕하고 있다면, 도덕주의자는 그 반대로, 예상 외로 훨씬 오랫동안 그것에 집착할 것이다. 르 코르뷔지에, , 정성현 옮김, 동녘

Review/책Books 2016.04.03

위대한 개츠비 - 피츠제럴드&김영하 번역

위대한 개츠비나는 개츠비를 좋아하지 않았다. 나는 고전으로 많은 명성을 얻고 있지만 읽고 내가 별로 감명을 느끼지 못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책은 좋아하지 않았다. 개츠비는 그런 책 가운데 하나였다. 그건 김영하가 역자의 말에 써 놓은 바로 고등학생의 심정과도 같았다. 시내의 대형서점에서 두 고등학생들이 나누는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 영미 번역소설 서가 근처에 있던 이들은 를 집어들고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사실, 대화라기보다는 욕에 가까웠다. 이거 읽어봤냐, 읽어봤다, 어땠냐, 너무 재미없더라는 얘기를 그 또래 특유의 거친 부사를 섞어(예를 들어 '졸라') 떠들고 있었다... 그런 비난은 터무니없다는 반감이 들었다. 는 미국인들이 즐겨 주장하는 것처럼, '지금까지 영어로 씌어진 최고의 소설'은 아닐지..

Review/책Books 2013.06.28

후지필름 S5PRO 사용기

후지필름 S5PRO1234만화소니콘 F마운트를 사용하는 카메라2007년 1월 출시 시그마 DP2를 사용하며 오래된 장비들을 처분하고, 그냥 DP2로만 사진을 찍을까 하다가 그래도 렌즈교환식 카메라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니콘 카메라를 처분하고, 렌즈만 몇 개 남아 있었기에, 니콘 F마운트를 사용하는 카메라들을 주로 살펴보았습니다. D200, D300, D7000, D300s 니콘 시리즈도 많이 있었지만, 코닥 카메라를 구입했던 것처럼, 기기 성능보다는 결과물이 마음에 드는 카메라에 관심이 많이 갔습니다. 구닥다리 카메라를 오래 사용한터라 D200 정도의 성능만 되도 감지덕지했습니다. 후지필름 S5PRO 예전에 D70을 사용할 때, 많은 사람들이 사용했던 S3PRO의 후속기종이었습니다. 삼프..

Review/사용기 2012.11.27

후지필름 S5Pro RAW와 JPG 테스트

안양천을 산책하다 사진을 대충 한 장 찍었습니다. 렌즈 시그마 30mm f/1.4 일명 삼식이 조리개 f/2.5 셔터스피드 1/125초 조리개 우선 모드(A모드)로 찍었으며 노출보정 하지 않았습니다. 근데 배경이 하얗게 날아갔네요. ㅠ 좌절입니다. S5Pro로 사진 몇 장을 찍어보니 노출이 오버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노출측정 방식을 잘못 설정한 것인지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이 사진은 심각하네요. JPG 파일인데, 온통 화이트홀입니다. 보정을 통해 화이트홀이 생겼는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라이트룸을 통해 노출을 최대한 낮추고, 복구를 최대치로 올렸습니다. 상당한 부분에 화이트홀이 발생했습니다. 이번엔 RAW파일을 불러와 어느 정도 관용도가 있는지 비교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위 사진과 아래 사진은 ..

Review/사용기 2012.11.20

강우석 감독의 무리수, 영화 이끼 결말

강우석 감독의 이끼를 보고 왔습니다. 언론에서 호평이 많아 조금 괜찮으려나 기대를 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실망스러웠습니다. 아무래도 원작 만화를 보는 것이 더 나을 듯 하네요. 몇 가지 영화를 보고 생각났던 것을 적어보았습니다. (한 번 보고 생각나는대로 간략하게 적었던 글인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시네요. 뭔가 보완이라도 해야 싶은 생각이 마구 드는 글입니다. 2014.08.) ※ 스포일러 주의이 글은 영화의 결말을 담고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주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1. 엉성한 스토리 - 원작의 스토리를 짧은 시간(사실 짧지는 않습니다. 2시간 40분이면..)안에 압축하려다 보니, 이야기가 듬성 듬성합니다. 류목형(허준호)과 천용덕(정재영)의 반목.. 교도소의 수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