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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 자서전 밑줄긋기

간디의 비극나의 중학 시절의 몇 안되는 친구 중에 가까이 지냈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때를 달리하여 둘 있었다... 두번째 사귐은 내 생애의 한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간디는 이 친구를 따라 처음으로 육식을 한다. 그의 집안은 바이슈나바교로, 강경하게 육식을 반대하고 미워하였다.)나는 그러한 전통 속에서 나고 자랐다... 그들이 만일 내가 고기를 먹은 것을 안다면, 그 순간 기절해버릴 것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간디는 염소 고기를 처음으로 먹었다.) 나는 싫던 빵도 좋아지고 염소에 대한 불쌍한 생각도 잊어버리고, 그리고 반드시 고기 자체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고기 요리의 맛을 알게 됐다. 그것이 한 1년 계속됐다. 그러나 그 고기 잔치는 모두 합하여 대여섯 번밖에 못 되었다. (그 친구는 간디..

Review/책Books 2016.08.15

프란츠 카프카의 글쓰기

글쓰기 카프카의 글쓰기 환경은 지독하게 열악했다. 그는 낮에 일했고, 밤에 글을 썼다. 부모, 누이들과 함께 살고 있는 좁아터진 아파트에서. 그래도 그는 글을 썼다. 그토록 무서워하던 아버지를 마주하며. 글을 쓰고 싶은데 앞머리가 끊임없이 흔들린다. 나는 아파트 전체의 소음 본부라 할 수 있는 내 방에 앉아 있다. 여기저기에서 문이 쾅쾅 열렸다 닫히고... 아버지는 내 방 문을 부술 듯이 열고 목욕 가운 자락을 질질 끌며 들어온다. 현관 쪽에서 아버지가 모자를 솔질해 놓았냐고 외쳐 묻는 소리가 마치 파리의 어느 길 건너편에 대고 외치는 소리처럼 요란하다. 현관문은 후두염에 걸린 사람처럼 꺽꺽거리는 소리를 낸다... 마침내 아버지가 나가고, 이제 남은 것은 조금 부드럽기는 하지만 어찌 할 도리가 없는 카나..

Review/책Books 2016.08.13

쓰기의 말들, 은유

최승자의 시집은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감정의 백과사전이었다. "동의하지 않아도 봄은 온다"라는 시구로 매년 봄을 맞았고, "이상하지, 살아 있다는 건, 참 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일이란다"라는 시구를 다이어리 첫 장에 써 놓고 이십 대 발밑의 불안을 견뎠다. 니체의 이야기를 해야겠다. 나의 문장 스승은 크게 둘로 나뉜다. 니체와 다른 작가들. 니체는 뜻도 모르고 읽었고 이해하지 못한 채로 빠져들었다.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다른 철학 책과 달랐다. "논증이나 사변과는 거리가 멀고 문학 작품과도 같이 암시와 은유적 서술, 생략, 파격적 구문 등으로 생동"하는 니체의 글에 도취된 나는 충동적으로 '은유'라는 필명을 지었다. 쓰는 사람, 은유가 꼽은104개의 문장

Review/책Books 2016.08.13

시인-소설가-한강

소년이 온다를 반 정도 읽었다. (아마 2014년부터 읽었으리라)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며 2년에 걸쳐 반을 읽었다. 한강 작가가 쓴 작품을 읽은 거라곤 그게 전부다. 채식주의자는 알지도 못했다. 맨부커상을 받고서야 알았다. 2004년과 2005년에 발표된 연작 단편 3편을 엮은 사실도 책을 받고서야 알았다.(아, '몽고반점'이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은 작품이란 건 알았지만, 그게 채식주의자 연작 단편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은 몰랐다.) 첫 편을 읽었을 때 든 생각은 음..두번째 편을 읽었을 때 든 생각은 기괴하다.세번째 편을 읽었을 땐 아, 정말 대단하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어느 늦은 저녁 나는 어느늦은 저녁 나는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그때 알았다무엇인가 영원히 ..

Review/책Books 2016.08.04

질감과 질료

의도적으로 정보를 숨기는 드라마의 기법은 이제 인물 간의 대화까지 영역을 넓혔다. 드라마가 기술적인 문제를 다루게 되면 대화는 2가지 정보전달 방식을 오간다. 하나는 질감(texture)이고 다른 하나는 질료(substance)다. 질감은 실제 집도 중인 의사를 본다고 느끼게 하기 위한 온갖 수사들이고 질료는 배경 질감 속에서 시청자들이 드라마 속 상황을 이해하도록 돕는 장치다. 질감의 역할은 직접적인 이야기 전개와 무관할 때도 있다. 이때 이야기와 상관이 없으면 없을수록 더 좋다는 점은 매우 아이러니하다. 60년대 롤랑 바르트는 "사실효과"를 다룬 단편수필에서 플로베르의 단편 에 등장하는 청우계를 인용한다. 바르트의 설명에 따르면 의미 없는 것을 통해 사실감을 표현하는 것이 사실효과다. 청우계는 이야기..

Review/책Books 2016.08.01

호모 에렉투스에 관한 몇 가지 사실들

호모 에렉투스 호모 에렉투스는 불을 사용한 최초의 사람종이었다. 사냥을 생존의 중요 수단으로 삼은 최초의 사람종이며, 현생 인류처럼 달릴 수 있는 최초의 사람종이었다. 머릿속에 가지고 있던 일정한 틀에 따라 석기를 만든 최초의 사람종이며, 아프리카 너머까지 생활 무대를 넓힌 최초의 사람종이었다. 우리는 호모 에렉투스가 어느 정도의 구어를 사용했는지 확실하게 알지 못하지만, 몇몇 분야의 증거는 구어가 있었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 이 종이 어느 정도로 사람과 같은 자의식을 가졌는지는 밝혀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영원히 알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분명 그들이 의식을 가졌으리라고 생각한다. 구태여 말할 필요도 없지만, 호모 사피엔스의 가장 큰 특징인 언어와 의식은 선사 시대의 기록에 아무런 흔적도 남겨 ..

Review/책Books 2016.07.23

도스토예프스키 이야기, <바덴바덴에서의 여름>

수전 손택의 서문 20세기 후반의 문학은 설명이 많이 된 영역이어서, 집중적으로 탐구된 주요 언어권에 아직도 발견되길 기다리고 있는 걸작들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십여 년 전에 나는 우연히 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나는 그 책을 지난 한 세기의 소설과 범소설(para-fiction)들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뛰어나며 창조적인 성취를 이룬 작품에 포함시키고 싶다. 레오니드 치프킨, 중 '수전 손택의 서문', 이장욱 옮김, 민음사 어느 미술관? 도스토예프스키 부부는 드레스덴에 도착한 후 스위스 여자인 치머만 부인네 방을 빌린다. 도착 첫날 그들은 중앙 광장의 한 호텔에 여장을 풀고는 곧바로 화랑으로 향한다. 이어지는 글 모스크바에 있는 푸슈킨 박물관 앞에는 사람들이 기나긴 줄을 이루고 서 있었지만, 한..

Review/책Books 2016.07.18

움베르토 에코가 가장 사랑하는 작품, 실비

모든 시대의 문학에서 가장 위대한 보석 중의 하나인 네르발의 는 노래 부르기 쉬운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너무나도 복잡하게 조화를 이룬 구조로 되어 있어서 단지 다시 읽어 볼 수 있을 뿐, 계명 창법으로 기억할 수는 없다. 비발디는 노래 부르기 쉽지만 드뷔시는 그렇지 않다. 움베르토 에코, , 열린책들 이에 달린 옮긴이(김운찬)의 주석- 네르발(1808~1855)의 소설 (1853)는 에코가 가장 사랑하는 작품으로 이 작품에 대해서는 오랜 세월에 걸쳐 많은 글을 썼다. 이 작품에 대한 에코의 최종적인 종합으로는 (열린책들, 2009)에 실린 참조. 움베르토 에코가 가장 사랑하는 작품이라는데 읽지 않을 수 없다. 찾아봤다. 번역본이 있다. 1997년 문학과지성사에서 '최애리'씨 번역으로 가 나왔는데 절..

Review/책Books 2016.07.08

내 문장은 그렇게 이상하다

그렇다. 나는 김정선 씨가 쓴 를 읽었다.나도 묻고 싶다.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지. 발신인은 '내 문장을 그렇게까지 고쳐야 했습니까?' 하고 따지지 않고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라고 물었다.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했나요'가 아니라 '이상한가요'라고 현재형으로 물은 것도 특이했다. 적의를 보이는 것들 교정 전 교정 후 사회적 현상, 경제적 문제, 정치적 세력, 국제적 관계, 혁명적 사상, 자유주의적 경향 사회 현상, 경제 문제, 정치 세력, 국제 관계, 혁명 사상, 자유주의 경향 문제의 해결 문제 해결 음악 취향의 형성 시기 음악 취향이 형성되는 시기 문제 해결은 그다음의 일이다 문제 해결은 그다음 일이다 부모와의 화해가 우선이다 부모와 화해하는 일이 우선이다 사과나무들에 사과들이 주렁주렁 ..

Review/책Books 2016.06.28

'우연종'은 누구에게나 있다

영상의학 검사를 하다 예상치 못한 질병을 발견하는 일이 있다. 이를 우연종incidentaloma이라 한다. 이 경우 보통 검사를 더 받고, 대부분 별 문제 아닌 것으로 나온다. 어쩌면 병이 있다는 걸 모르는 편이 더 나았을 지 모른다. [스켑틱 VOL.6] ● 우연종 그 자체가 해롭지 않더라도 그에 대한 진단 과정은 해로울 수 있다. ● 현대 영상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런 일은 더 빈번해졌다. 발견되는 우연종이 심각한 질병인 경우는 1퍼센트 이하다. 그 외 나머지 경우들은 환자에게 불필요하고 떄로는 위험하기까지 하다. ● 러블은 누구나 영상사진을 찍어보면 비정상적인 소견이 두세 개씩은 있다고 말한다. "나는 정상인 사람을 한 명도 보지 못했습니다." 만약 모두가 비정상 소견을 갖고 있다면 우연종은 '정상'..

Review/책Books 2016.06.12